“유가족 되는 게 소원, 배가 진실을 건져 달라”

[현장] 잔인한 4월, 공주산성 쌓고 유가족에 최루액 발사… “인양은 검토사항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광화문 광장에 아픈 사람들이 갇혀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체 인양과 피해자 배보상 문제를 연일 언급하면서 세월호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언론 보도와 달리 광화문 광장은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광화문 광장은 평화롭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통령이나 해수부 장관 발언를 신뢰하지 못했고,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권활동가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피해자들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는 “정부가 배보상을 얘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며 “치유와 회복이 되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응은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인권활동가들의 주장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유해정 작가는 “97년 씨랜드 화재 당시 유가족들은 참사 한 달 만에 투쟁을 접어야했다. 정부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아닌 모기향에 의한 화재사건으로 마무리했고, 안전 허가에 관한 관리 문제를 외면하고 인솔교사에게 책임을 묻고 끝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정부는 진상규명을 한 것이 아니라 군병력을 동원해서 현장을 물청소해버렸다”며 “진실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존엄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참사 이후 줄곧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주장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안전사회 건설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해정 작가는 세월호 참사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경기도와 안산시 안전 관련 예산을 살펴본 뒤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경기도에서 61억원정도를 안전 예산으로 잡았는데 민방위(23억원), 재난사건 사후적립금(33억원)등을 제외하면 재난과 방재를 위한 예산은 1억원뿐이었고, 안산시 교육청 관련 예산 23억원 대부분은 안전불감증 교육에 관한 예산이다. 세월호에서 학생들은 질서있게 앞에 있는 생존자부터 내보내려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우리에게 안전에 대한 권리, 진실규명에 대한 권리, 트라우마를 치유받을 권리, 안전한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교육이다.”

식사 없는 점심시간

광화문 광장에는 식사시간이 없다. 세월호 선체 인양과 정부 시행령안 폐기를 위해 단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조계종 노동위원회 노동위원 도철스님,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대표, 강병기 민주수호공안탄압대책회의 대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윤용배 한국진보연대 위원장 등 7명은 단식을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을 지키는 단식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다들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위해 밥을 굶고 토론회, 간담회 등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단식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단식에 참여한 박석운 대표는 박 대통령과 유 장관의 발언을 세월호 1주기와 4·29 재보선을 앞두고 하는 고도의 언론플레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1주기가 다가오면서 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인양 문제를 꺼내며 국민들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인양을 언급하면 세월호 문제해결에 긍정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보상안을 꺼내는 것도 일종의 정부 출구전략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진상규명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3일 정도 단식을 하고 한국진보연대 다른 구성원들과 릴레이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특별조사위원회(특위) 사무처는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어기고 시행령을 발표하는 것은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다. 시행령을 폐기하는 것을 넘어 특위에서 발표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내용으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수 있는 특별법 개정을 주장할 계획이다.”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들 말고도 30여명이 더 있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8일 하루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은 옆 천막에서 단식을 하는 시민단체들을 가리키며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들과 작가들의 마음이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박 대통령과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작가들도 그들의 발언을 선거용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행태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면 전환용 멘트라고 생각해 절박한 심정으로 단식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빈 깃발을 든 사람들.

작가들을 포함해 많은 문화예술인들도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비닐 깃발을 들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공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광장을 찾은 3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 정부는 국면전환을 위해 세월호 인양과 배보상 문제를 꺼냈지만 문화예술인 등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세월호 희생자 뿐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였다. 노순택 사진가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한국사회가 침몰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지금 배 하나를 건져 올리자는 것인가? 사람을 건지고 진실을 건지는 것이다.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데 받아 안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침몰하는 것이다. 침몰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진실을 건져 올려보는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인양을 검토하겠다고 처음 언급했지만 문화예술인들은 검토하겠다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정모 소설가는 문화예술인의 뜻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최종책임자라고 했다. 그런데 최종책임자가 인양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검토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의무사항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막혀버린 면담길

 ▲4·16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0일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까지 이동하던 중 대표자 이동 문제를 두고 해수부 및 총리실 관계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남해 바다에서 올라온 학생들 “자유시간이라 서명하러 왔어요”

광화문 광장에는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부스가 있다. 경남 거제도에 위치한 옥포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서울로 수학여행을 와 경복궁을 둘러보다가 서명을 하러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옥포고 2학년 김지은 학생은 “거제에서는 이제 세월호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 가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설명하고 구조현장이 당시 어땠는지 영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인양을 왜 안하는지 나도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이날 찾은 옥포고 학생들은 시행령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왜 정부가 인양을 미루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부가 세월호 참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이 서로 미안해하더라”

윤정모 소설가는 “오늘 오전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해하고, 실종자 가족은 유가족을 미안해하는 모습을 봤다. 서로 축복해주지는 못하고 미안해하며 부모들이 울고 있더라”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시연이 엄마 윤경희씨를 만났다. 지난 5일 유가족 부모들이 삭발한 이후 유족들을 알아보기 쉬워졌다. 시연엄마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혹시나 실종자 가족들에게 해가 될까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사양해왔다.

힘들게 입을 연 시연엄마는 “서명을 받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대통령이 인양하겠다고 말했는데 왜 또 서명을 받느냐’고 한다”며 “세월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닌데 오히려 박 대통령이 혼란만 심어줬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박 대통령과 유 장관 말은 비수로 꽂혔을 뿐이다.

비수로 부족했나, ‘공주산성’에 최루액 공격

지난달 30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시민과 유족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416시간 집중농성에 돌입했다. 1주기까지 100시간 정도가 남은 지난 11일 8000여명의 시민과 유족들이 광장에 다시 모였다. 문화예술인들이 준비한 3차 연장전 등 광장에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전시회 뿐 아니라 각계에서 모여 토론회를 열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모인 시민과 유족들은 추모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면담이 무산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1주기에 남미 순방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했기 때문이다. 시민과 유족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지를 요구하며 대통령에게 면담을 촉구하고자 청와대로 향하는 행렬을 가로막은 것은 폴리스라인, 질서유지선과 차벽이었다. 시민과 유족은 경찰이 만들어놓은 폴리스 라인을 넘으려 하자 캡사이신을 분사했다.
경찰과 시민간 몸싸움이 시작됐다. 경찰은 해산명령 방송이나 일반교통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방송을 통해 시민과 유족들을 위협했다.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유족3명과 집회참가자 16명을 연행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14일 “(연행된) 16명 중에는 경찰이 표적삼아 연행한 국민대책위 활동가도 포함돼 있다”며 “평화로운 집회운영을 방해하고 자의적으로 경찰장비인 캡사이신(최루액)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유족 연행·캡사이신 사용 문제없다”

1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캡사이신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청장은 “(캡사이신을 시민들)얼굴에 조준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특별히 얼굴을 겨냥하지 말라는 분사규정은 없다”며 “평소에 보지 못했던 과격한 공격 양상이 벌어졌으니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됐기 때문에 입건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현재 연행자 대부분은 주말에 풀려났지만 국민대책회의 활동가 김현식씨와 함형재씨에 대해 검찰은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서는 “이는 집회 주최 측을 위축시켜 16일과 18일에 예정된 투쟁을 막으려는 검경의 수작”이라며 세월호 정부시행령 폐기를 위해 싸우다 구속 위기에 처한 동지들을 위한 석방 탄원서를 받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청년유니온 등 27개 청년단체는 세월호 참사 1주기 기간 박근혜 대통령 남미 순방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대한민국은 상중(喪中)이며 대한민국의 상주(喪主)인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국민적 슬픔과 함께 해야 한다”고 비판하며 콜롬비아 방문 요청과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대한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 측의 입장을 묻기 위해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을 방문했다.

세월호처럼 광화문 광장도 갇혀있다
단원고 예은이 엄마 박은희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며 “아직도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1년전 그날 세월호에 갇힌 예은이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고 박씨는 남편과 TV를 보고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십척의 군함들이 떠있고, 하늘에는 구조헬기가 떠 있었다. 화면 하단에는 자막으로 수백명의 잠수사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박씨는 “(정부가)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 부모 스스로 사지 속에서 가만히 괴로워하게만 했다”며 분노했다.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광화문 광장을 나서려고 했을 때 국가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막아섰다.

캡사이신은 위험도에 따른 농약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권고 분류에 따르면 ‘극히 위험한 물질’(highly hezardous substance)에 속한다. 이런 물질을 분사한 상황에 대해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지난 11일과 12일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사방이 도로로 갇힌 광화문 광장은 경찰들에 포위돼 있다. 416시간 농성을 선포한 지난달 30일이나 지난 11일 뿐 아니라 세월호 1주기에도 그럴 예정이다. 세월호 강신명 경찰청장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대규모 추모행사 때도 광화문 광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상주(喪主)인 박근혜 대통령은 “콜롬비아 대통령이 직접 친서를 보내 15~17일 사이에 방문을 요청했다” 상중(喪中)인 오는 4월 16일 남미로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