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언론, 진실을 인양하라

세월호 참사 1주기, 계속되는 물타기 왜곡 보도… “세월호 영령들 앞에 언론은 대역죄인”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304명의 꿈을 빼앗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언론은 아직도 진실을 인양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노숙을 하고 삭발을 하고 길거리 행진을 하며 참사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왜 1년이나 진실을 요구해야 할까. 정부가 참사원인과 초기 대응문제에 대해 유가족을 납득시킬만한 사실을 내놓지 못해서다. 언론이, 무책임한 정부를 향해 진실을 요구하지 않고 정부 발표만 받아썼기 때문이다.

아직도 유가족의 상당수는 세월호가 국가정보원의 소유였고 세월호가 핵폐기물을 싣고 가다 침몰했다는 주장을 믿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학생들을 수장시켰다는 주장을 믿는 사람도 있다. 보수언론이 말하는 ‘불순세력’ 때문일까. 언론은 유가족의 의문을 속 시원히 해소하지 못했다. 음모론은 언론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참사를 냈던 언론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정부는 참사 와중에도 ‘세월호 재난상황반 운영계획’을 만들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요임무로 ‘방송사 조정통제’를 부여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메리 데제브스키는 “서방국가에서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사진은 지난 3일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사고해역에 바다 밑에 가라앉은 선체 위치를 표기한 빨간색 부표만 둥둥 떠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사진은 지난 3일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사고해역에 바다 밑에 가라앉은 선체 위치를 표기한 빨간색 부표만 둥둥 떠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온전히 대통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권력을 뒷받침해준 이들은 언론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유체이탈 화범을 보였고, 많은 언론이 이를 받아쓰기만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탑승자가 9명이다. 한국의 주류언론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힘을 받고 있는 진상규명 요구 대신 ‘학생1인당 배·보상금 8억2000만원’을 헤드라인으로 뽑았고, 세월호 인양요구에는 ‘2000억 국민세금’을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일반국민과 고립시키는 전략이었다. 정부가 진상규명을 무력화하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내놓았지만 주류 언론은 이를 여야 정치공방으로 처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현장에서 기자들은 쉽게 기자수첩을 드러내지 못했다. 기자라는 걸 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다. 갖은 모욕을 당했다. 이후 심리치료를 받은 기자도 많다. 많은 기자들이 반성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다.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세월호 보도참사 책임을 물어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키고 보도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없다.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부장은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국가의 무능과 자본의 탐욕을 자각하고, 반성하고, 개혁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계기를 날려버렸다. 바닷속 객실에 갇혔던 아이들을 ‘사고 희생자’의 틀에 또 한 번 가뒀고, 세월호를 사회 갈등의 먹잇감으로 던졌다”고 적었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의 슬픔’으로 병들었다. 언론인 출신의 소설가 김훈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원인과 배경이 불분명한 사태는 망자의 죽음을 더욱 원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공허한 것으로 만든다”고 적었다. 그는 “보호받을 수 없고 기댈 곳 없다는 불안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허무주의로 몰아가고, 그 집단적 허무감은 다시 정치적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직무유기가 빚어낸 또 하나의 참사다.

 

 

▲ 세월호 참사 1주년을 5일여 앞둔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세겨진 타일 추모품이 설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 세월호 참사 1주년을 5일여 앞둔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세겨진 타일 추모품이 설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엄경철 KBS재난방송기획팀장은 또 다른 재난보도참사를 막기 위해 “일선 현장 기자들이 보도경쟁에 대한 압력을 덜 받도록 데스크선에서 결의가 필요하다. 지상파라도 데스크급의 책임자들의 모임을 만들어서 최소한의 원칙들을 모으고 공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장의 외침은 닿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보도참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

다수의 기자들이 소속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4일 세월호 보도 결의문을 내고 “우리 언론은 사실 확인은 뒷전인 채 정부 발표만을 받아썼다. 경쟁에 매몰돼 엉터리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언론사 간부들의 잇단 ‘망언’은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더욱더 후벼 팠다”며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거액’으로 포장된 배·보상금만을 부각하며 유족들을 모욕하고 있다. 세월호 영령들 앞에, 세월호 유족들 앞에 언론은 대역죄인”이라고 밝혔다.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KBS 기자)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시행령으로 특별법을 왜곡하고 돈으로 유가족을 모욕하는 정부의 행태를 언론이 제대로 보도했는지 의문”이라며 “언론이 지난 1년간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여론을 제대로 전달했다면 오늘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 밝혔다.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저널리즘의 빈곤이 세월호 사태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언론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MBC PD)은 “정부는 순수 유가족을 말하며 유가족을 고립시켰고 언론은 슬픔을 잊지 못한 사람을 빨갱이로 호도했다”며 “자식을 잃어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 좌파인가”라며 왜곡된 현실을 비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언론도 침몰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언론은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앞서서 사과해야 할 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한겨레21은 최근호에서 감사원과 검찰에 해경이 각각 제출한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녹취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 과정에 대해 감사원과 검찰에서 조사받던 해양경찰이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했던 헬기 511호기의 첫 사고 현장 보고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인양해야 할 진실이 많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언론은 이제라도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 꿈을 빼앗긴 망자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