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괴담’과 ‘억지’ 탓하면서 추모하는 시늉만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책임·진상규명 요구 외면… 유가족 호소 뭉개는 반쪽짜리 추모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1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당일이 돌아왔다. 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세월호참사 유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이들 신문은 다양한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그간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배·보상금, 인양비용을 부각시켰던 조중동 역시 ‘추모’를 했다.

 

조중동의 1주기 보도, 엎드려 ‘추모’ 받기?

조중동의 ‘추모’기사는 반쪽짜리에 가까웠다. 그간 유가족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안산, 그리고 팽목항에서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세월호 인양’과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폐기’, 그리고 이를 통한 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구조실패에 따른 정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기사 역시 없었다. ‘슬픈 사연’과 ‘안전사회 진단’이 빈 지면을 채웠다.

조선일보는 추모기사에서도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뭉개는 악의적인 시도를 했다. 이 신문은 세월호 참사 1주기 기획기사로 ‘일반인 생존자’의 이야기를 가장 크게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그간 단원고 유가족을 비롯한 희생자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피해자 중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면을 ‘일반인 생존자’에 집중한 반면 단원고 유가족에 집중한 기사는 두 문단 짜리 단신으로 처리됐다는 점이다. 일반인 생존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의제설정은 관심을 단원고 유가족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세상의 관심도 희생자와 단원고에 쏠려 있었다. 화물차 운전기사였던 일반인 생존자 강병기씨는 ‘안산에 살지 않는 생존자는 사람들 관심에서 빠르게 멀어졌다’고 말했다.”

 

 

▲ 16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1면.

▲ 16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1면.

 

 

이들 신문은 ‘안전문제’에 집중하기도 했다. 참사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안전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한민국 안전수준이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결국 우리는 지난 1년을 허송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말처럼 안전문제 개선은 중요하다.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시행령안을 폐지하고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조선일보 지면에 반영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인물 인터뷰 기사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지면을 채웠다. 구조어민, 의료진, 장례식장 관계자 등에 대한 인터뷰였다. 유가족의 목소리는 단원고 2학년 윤솔 양의 아버지 윤종기씨의 팽목항 방문을 르포형식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반영했다. 이 기사에는 윤종기씨가 집이 가난해 딸에게 제대로 된 학업지원을 못해준 사실. 경찰이 꿈이었던 윤솔 양의 이야기. 아직도 일상이 두려운 윤종기씨의 모습이 담겼다. 이 역시 유가족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진상규명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 16일자 동아일보 사설

▲ 16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모습 그 자체였다. 동아일보는 “세월호 침몰은 탐욕스럽고 무책임한 누군가의 잘못으로 빚어진 사고”라며 “우리사회가 아직도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잘못이 있음을 아프게 절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의혹제기를 ‘괴담’과 ‘억지’로 묘사하기도 했다. “국민 대부분은 건전한 상식으로 괴담과 억지를 물리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세월호 1주년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통합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중앙일보는 나은 편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지면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집권 세력은 이미 ‘세월호 망각’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남미 순방을 떠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미 미국으로 떠났다. 다른 관계부처 장관들도 해외 출장이나 국회 일정 등으로 대부분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유족들에게 ‘언제든 찾아오라’던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됐다”면서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치인들의 경박함이 릴레이하듯 이어졌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유가족의 시행령안 폐기 주장을 기사에 담기도 했다.

 

“누가 그걸 숨기려 하는지 끝까지 밝혀줄게”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의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지면은 조중동과 대조적이었다.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이나 슬픈 사연을 담은 기사가 없다는 게 아니다. 이들 기사와 동시에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겨레는 배·보상금 관련 비판에 대한 유가족의 입장을 기사에 담았다. 유가족 이은숙씨는 “누가 자식 팔아 돈을 챙기려 한다고 말해 크게 싸운 적이 있다. 슬퍼해달라고는 안 할테니 제발 잊지라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유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선체 인양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더라도 실종자들을 반드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또 단원고 학생인 고 남지현양의 언니의 편지를 지면에 게재했다. 편지 내용은 이렇다. “언니가 지현이한테 해줄 수 있는 약속은, 지현이가 왜 그렇게 아프게 떠나야 했는지. 누가 그걸 숨기려 하는지 끝까지 밝혀준다는 거야.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절대 잊지 않을게.”

경향신문은 이석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외 순방에 나서기 전 세월호 인양을 결정하고 조속히 시행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특위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이라도 직접 자료조사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 16일자 한겨레 기사.

▲ 16일자 한겨레 기사.

 

 

경향신문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핵심어를 추츨하기도 했다. 참사 이후 1년 동안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참사 관련 단어는 ‘유가족’과 ‘박 대통령’이다. 조사를 진행한 스토리닷은 “정치인 언급량이 많았던 것은 검찰이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과 유병언 전 회장일가의 참사 책임을 부각시키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정치권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한 갈등을 다뤘으며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 불참하기로 했던 장관들이 비난이 일자 다시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초 국민안전처 주관 행사인 국민안전 다짐대회에만 참석하기로 했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급작스럽게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추모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국토부 대변인실의 번복된 입장을 언급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늘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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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신문은 참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사설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침몰하고 무너진 건 국가 정체성과 시스템만이 아니었다”면서 “진실을 덮고 책임을 모면하고 잇속을 지키려는 집권세력의 계산 속에 세월호의 비극은 정략으로 덧칠됐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오랫동안 폭 넓게 고착돼 왔을 업체와의 정관유착 구조와 ‘대통령의 7시간’으로 상징되는 국가시스템의 붕괴 등 근원적 진실에는 아직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족과 국민이 염두에 두는 진상규명은 이 진실규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