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잊지 말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기자수첩] ‘진상규명’ 유가족 목소리 외면했던 방송 언론, 반성 없이 다시 고통의 전시만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today.co.kr

세월호 참사 1주기, 방송 언론은 ‘고통의 전시’(展示)에 여념이 없다.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아웃사이더’가 됐는지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세월호를 잊으려 했는지 특집 다큐 등을 통해 방송하고 있다.

KBS ‘추척60분’은 지난 11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 멈춰버린 1년>을 방송했다. 실종자 9명의 처절한 기다림과 4월16일에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 이야기다. 14일 KBS ‘시사기획창’도 <세월호 1년, 우리는 달라졌나>를 통해 세월호 비극이 우리네 의식 산물이라고 말했다. 2부작 다큐멘터리 <세월호 1주기 특집>도 16일 방영 예정이다.

SBS는 16일 오후 11시 15분 다큐멘터리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을, MBC도 같은 시간대에 다큐멘터리 <재난 특별 기획 기적의 조건>을 방영한다. 이들은 세월호가 상징하는, 붕괴된 한국사회의 안전을 조명할 계획이다. OBS도 1주기 특집다큐 <집으로>를 기획, 16일 오후 방송한다.

 

 

▲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실종자 9명은 현재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의 모습. ⓒ 연합뉴스

▲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실종자 9명은 현재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의 모습. ⓒ 연합뉴스

 

 

방송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세월호가 한국 사회에 가져다준 ‘고통’이다. 고통에 주목함으로써 이 사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태 ‘진상규명’이라는 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고통의 기억을 안고 거리로 나온 것 아닌가.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주체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및 정치권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건만 언론은 모르쇠다. 대통령의 동정 소식을 톱으로 내보내면서 세월호 리포트는 구석에 박지 않았나. 처절했던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사실상 외면했던 방송들이 1주기에 맞춰 세월호 특집으로 편성을 메우는 것에 불편과 기시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한겨레21>은 세월호 참사 1주기 특대호를 통해 해경이 TRS(Trunked Radio Service : 경찰, 소방,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다중 무선통신)을 조작하고, 감사원과 검찰이 이를 묵인한 의혹이 있다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정부가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1년 전에 확인하고도 은폐하다가 박근혜 대통령 발언에 맞춰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는 보도를 했다. 또 세월호 실종자 수색 과정이 부실했다는 사실을 선체 내부 수색 영상을 통해 폭로하기도 했다. 아직도 세월호에 감춰진 진실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유가족의 말이다.

“그래도 언론에 기대한 게 있었어요. 정말 발로 뛰는 기자라면, 우리가 모르는 걸 하나쯤은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실을 좇는 기자라면,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아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진상규명에 관심이라도 보이길 원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전부 어머니 어떻게 지내십니까, 지금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치유는 되셨습니까, 나머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아이에게는 몇 번이나 가십니까. 그게 다예요. 기사다운 기사를 쓰려고 하는 기자는 별로 없더라는 거죠.”(세월호 유가족 김성실씨, 2015.04.05. <PD저널> 기사 中)

‘그래도 세월호 방송하는 게 어디냐’라고 되뇌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 지난 1년 동안 방송 언론은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아빠 자격을 박탈하려 했고, 유가족을 떼 쓰는 사람들로 묘사했으며, 유가족에 대한 과잉 공권력에 입을 닫았다. 유가족을 조롱하는 왜곡된 여론이 이 사회를 떠도는 이유는 언론의 침묵에 있는 것은 아닐까.

고통의 전시가 언론 무관심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잊지 말라’는 선언보다 진상을 규명하려 언론의 의지, 펜과 마이크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