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수사권·기소권’이란 단어가 사라진다

[캡처에세이] 조사위에서 후퇴한 특검이 쟁점으로…함께 사라지는 유가족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세월호 특별법’의 쟁점은 무엇일까?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단식과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특별법 안에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제대로 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경우 법적 활동시한이 제한돼 있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부여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2일 “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거나, 이에 버금가는 정도로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별검사를 진상조사위원회가 추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한 듯 보이나, 피해자 가족들이 밝힌 대로 이는 ‘차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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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KBS 뉴스9화면 갈무리.

그런데 언론, 특히 방송뉴스는 현재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을 ‘특검 추천권’에 맞추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한 채, 특별검사를 수용한 이후 이 같은 보도는 두드러진다. 물론 언론에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야 협상’에서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좀 더 행사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언론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기소권 확보라는 유가족들의 말을 전하지 않으면 유족들이 밝힌 차선인 ‘특검’이 핵심 사안이 된다. 이 특검 문제가 해소되면 모든 것이 풀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특검 추천권’도 유가족들이 애초 요구했던 것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이다. 여야의 ‘정치 협상’에 밀려 유족들이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12일 지상파의 메인뉴스와 13일 조간신문을 보면 유족들의 목소리를 전한 경우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조간신문은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정도였고 그 비중도 그리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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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는 현장 연결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사진=12일 JTBC 뉴스9 화면 갈무리

KBS 역시 12일 <뉴스9>에서 “여야가 재협상을 할 경우 핵심 쟁점은 특별 검사를 누가 추천하느냐”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KBS는 이날 뉴스에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담지 않았다. MBC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합의 파기에만 주목했고, SBS는 이날 관련보도를 하지 않았다. JTBC는 현장을 연결해 이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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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자. 조선일보 4면.

진상조사를 원하는 유족과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에는 이처럼 유족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의 정쟁만이 남았다. 일부 언론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 파기만 주목한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탓이 크다. 새누리당은 기존 안을 고수하고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발 물러선 안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언론의 지면과 화면에선 ‘진상규명’이라는 대명제가 사라지고 협상과정만 남았다. 수사권·기소권이란 단어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