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 해놓고 폭력집회 비난, 경찰·언론의 짜고치는 고스톱

[비평] 집회 폭력성 부각한 조중동, 기계적 중립에 머문 지상파… ‘외부세력’과 선량한 시민 구분 짓기도

금준경 기자 | teenkjk@mediatoday.co.kr

‘외부세력’이 개입한 ‘폭력집회’. 조중동은 지난 주말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상파방송은 ‘충돌’ 등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경찰의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 JTBC는 충돌이 발생한 ‘맥락’을 짚었다. 경찰의 유가족 연행, 선제적 차벽 설치, 최루액과 물대포를 무차별 난사한 ‘과잉진압’이 충돌이 발생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9일 경찰은 광화문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연행했다. 시청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벌이던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으로 행진하게 된 배경이다. 20일자 한겨레는 “충돌이 시작된 것은 유가족들이 연행되면서부터”라고 보도했다. 경찰이 선제적으로 차벽을 설치했고, 대치 초반부터 물대포와 최루액, 소화기 등을 난사하며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JTBC ‘뉴스룸’은 “충돌 초기부터 물대포를 쏘고 최루액을 뿌리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 지난 19일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 지난 19일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경찰이 지난 16일과 18일, 두 집회에서 선제적으로 차벽을 설치한 것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9일 경찰은 차벽트럭 18대와 차량 470여대, 안전펜스를 경북궁, 광화문 등 집회 인근 도심에 촘촘히 설치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선제적 차벽설치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명백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가능한 거의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JTBC는 “경찰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국제 앰네스티가 개입할 정도였다. 지상파, 종편, 종합일간지를 통틀어 앰네스티의 우려는 한겨레, 경향, JTBC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앰네스티는 지난 18일 설명을 내고 “불필요한 경찰력을 사용해 유가족을 해산하려 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널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부적절하다”면서 “정부 당국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시위의 자유를 무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0일 한겨레와 조선일보 1면.

▲ 20일 한겨레와 조선일보 1면.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이 같은 공권력 남용은 외면한 채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강조하며 ‘불법시위’를 부각시켰다. 맥락을 상실한 단편적인 사실만을 보도해 ‘진실’과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조선은 <태극기 불태운 시위대>를 1면에 배치했다. 부제는 ‘세월호 집회가 폭력시위로’ ‘일부 참가자들 과격 행동’ ‘경찰버스 부수고 경찰 폭행’등 일방적 입장만이 담겼다. 중앙은 <태극기 태우고, 경찰 폭행… “폭력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제하의 기사에서 “경찰버스, 트럭 등 차벽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해는 등 과격양상을 보여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했다”면서 앞뒤관계를 뒤바꿨다.

이들 신문은 ‘집회 참가자’를 ‘외부세력’이라 칭하며 ‘유가족’과 분리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 ‘진보단체’를 ‘전문 시위꾼’이라 칭하며 ‘일반시민’과 분리했던 보도양상 그대로다. 중앙은 “시위를 전문적으로 이끄는 외부세력이 개입해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전했다. 동아 역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서울광장에서 오후 3시 50분부터 연 범국민대회는 1만 명이 모인 후 폭력시위로 번졌다”고 밝혔다.

 

 

▲ 지난 19일 KBS와 MBC 메인뉴스 보도 갈무리.

▲ 지난 19일 KBS와 MBC 메인뉴스 보도 갈무리.

 

 

지상파 공영방송은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모양새였다. 지난 19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가 그랬다. 이들 방송은 리포트 말미에 4.16가족협의회 등의 반론을 담았으나 전반적으로 경찰의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리포트 제목에서도 나타난다. MBC는 <경찰 “세월호 시위 폭력행위자 엄단”>을, KBS는 <“세월호 집회 불법, 폭력 사태 엄중 대응>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앞선 지난 18일 지상파 방송은 ‘충돌’을 언급하며 중립적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기계적 중립 보도 역시 ‘맥락’을 단절시켰다.

 

 

▲ 20일자 JTBC와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 20일자 JTBC와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흥미로운 사실은 중앙일보와 JTBC가 상반된 내용을 보도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JTBC를 겸영하고 있다. 같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정략적 판단이 사실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중앙일보는 ‘맥락’을 단절시켰다.

무엇보다 공권력은 가볍게 사용돼서는 안 된다. 보수신문의 20일자 보도는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공권력이란 것이 있다면, 아니 있어야 한다면 다른 노력을 다한 다음에, 신중하게 등장하길 바란다. 먼저 투입돼야 할 것은 소통의 정신이다. 정부의 소통은 듣고 또 듣는 것이다. 작고 잊혀진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 중앙일보 권석천 당시 논설위원이 썼던 칼럼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