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제발, 내년 추석만큼은”

[현장] 길에서 맞는 두번째 추석 “분노할 수밖에 없는 한가위”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온 가족 친척이 모이는 명절, 한가위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거리로 나왔다. 27일 오후 4시 16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한가위 합동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들은 한 번의 설과 두 번의 추석을 보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30일이 되는 날이며 고 안중근 학생의 생일이기도 하다.

예은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덕담도 있는데 저희는 한가위를 맞아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직 아홉 명이 수습되지 않았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도 먼 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단원고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과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 권혁규 어린이와 권재근씨는 아직 수습되지 못했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위원은 “추석은 가족 친지가 모여 서로 나누고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기이자 공간이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추석을 추석답게 맞을 수 없다고 하신다”며 “그래서 가족들은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배상이 방점이 있는게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보고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131명은 국가가 내놓은 배상금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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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27일 오후 4시 16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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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동차례를 끝낸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시민 이단화씨는 갈수록 유가족과 함께 하는 시민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작년 추석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절대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함께 하겠디고 했는데 오늘 작년의 절반도 안 오신 것 같다”며 “저는 광화문 광장에 놀러온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 큰일은 못해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가족들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오른쪽에 위치한 분향소 천막에서 분향을 시작했다.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는 아이들이 생전에 좋아하던  치킨, 도넛, 과자, 초코바 등이 놓였다. 영정 앞에 선 유가족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고 헌화를 끝낸 가족들은 결국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오열해 이를 지켜보던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고 김동혁 학생의 아버지 김영래씨도 헌화를 끝낸 직후 광화문 광장 한 구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단원고 1학년에 재학중인 동혁 학생의 여동생도 김씨 옆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날 동혁이네 가족은 집에서 따로 차례는 지내지 않고 광화문 합동차례만 지냈다. 이들은 합동차례를 지낸 후, 동혁 학생이 안치된 하늘공원으로 갈 예정이다.

김씨는 미디어오늘에 “사실 굉장히 많이 힘들다. 작년보다 올해도 더 힘들고 화도 너무 많이 난다. 왜 저 많은 아이들이 저기 있어야 하나”며 “자기 일이 아니면 금방 잊어버리는 국민 습성이 있는 이 나라, 유가족이 요구해도 듣지 않는 이 정권이라면 우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거리에서 명절을 지내야 할 것 같다.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함께 해주시는 시민들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과 이날 합동차례에 참가한 시민들은 헌화가 끝낸 다음 광화문 광장에서 가족들이 준비한 떡과 과일 등 음식을 나눠먹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