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시행령 폐기’ 답 없인 돌아오지 마라”

추모행진·문화제 경찰 충돌 없이 마무리… “내달 1일 1박2일 범국민철야행동 펼칠 것”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25일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동서남북 추모 행진과 범국민추모문화제가 경찰의 차벽과 무리한 진압 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선 유가족과 시민을 포함한 1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며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이날 행진 대열은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5000여 명의 시민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4·16 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시내 동서남북 4곳(청량리역 광장·홍대 정문 앞·용산역 광장·성신여대입구역 CGV 앞)에서 광화문 광장 분향소까지 ‘썩은 정권, 시행령 폐기 4.25 진실과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참가자들이 이날 오후 5시경 광화문 분향소에 도착해 헌화와 분향을 마쳤다. 이어 오후 6시 중앙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추모문화제’에선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규탄이 쏟아졌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50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사진=4.16연대 제공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50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사진=4.16연대 제공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돌아온다는데 나갈 때는 대통령 혼자 나갈 수 있었지만, 국민의 답이 없으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돌아오면 우리는 반드시 쓰레기 같은 시행령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더 이상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지 않게 우리의 기본적 권리를 국민들과 함께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다음 달 1일에는 박 대통령에게 시행령 폐기와 진상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는 특별조사위원회 발족, 온전한 선체인양 통한 시신 완전 수습의 답변을 들으러 청와대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며 “만약 그래도 답변이 없으면 더 많은 시민과 함께 청와대에 있는 박 대통령의 면전에까지 가서 답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날 추모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서도 “우리의 오늘 추모 행진은 지난 16일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와 세월호를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던 정치인과 같은 위선자들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시민들이 손에 들고 있는 국화꽃 한 송이로 고귀하게 희생된,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의 슬픔과 분노, 억울함을 대신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이날 용산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추모행진을 진행한 김한성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지금 이 나라는 국상인데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빈방문도 아닌 콜롬비아로 일정도 없이 무리하게 떠나 지금 이 자리에도, 청와대에도 없다”며 “다음 주 월요일 돌아온다고 하는데 마음 같아선 그냥 안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돌아온다면 하루빨리 시행령을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대로 폐기해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50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사진=4.16연대 제공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50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사진=4.16연대 제공

 

 

김혜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16일과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행된 추모행사를 경찰이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 등을 동원해 진압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렇게 평화롭게 진실을 밝히길 원하나 우리가 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를 더 높이려는 순간 그들은 다시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으로 돌변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가족들이 아무도 없는 팽목항에 커다란 노란 리본 목도리를 두르고 성명서 한 장 읽은 것으로 순수한 추모를 얘기할 게 아니다. 진짜 순수한 추모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정부의 답변은 가족에 대한 감금과 폭행, 모욕이었고 분향을 하려는 유가족과 시민을 향한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100명이나 되는 시민을 대규모 연행하고 영장 없이 휴대폰을 빼앗는가 하면 추모자를 함부로 들여다보는 불법과 폭력, 잔인함을 우리가 앞에 마주보고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순수한 추모를 얘기하느냐”며 “우리는 평화롭게 진실을 밝히길 원하지만 만약 이를 가로막는 벽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뚫고 갈 거다. 진실 밝히는 게 평화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16연대는 다음 달 1일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위한 1박 2일 범국민 철야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출국 전 대통령이 인양을 언급하자 인양 결정이 발표됐듯 우리는 대통령령 폐기 발표를 듣고 미뤄진 공식추모행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범국민철야행동의 내용은 귀국 후 대통령이 준비한 대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