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물대포에 맞은 기자 “동공 근육 다 파열됐다”

세월호 추모 집회 취재 김용욱 기자 “사람에 물대포 사용 매우 심각한 문제”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세월호 1주기 범국민추모대회에서 경찰이 취재 하던 기자의 얼굴 부위에 물대포를 쏘아 해당 기자가 동공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기자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 역시 수리가 불가능 할 정도로 망가졌다. 해당 기자는 당일 증거를 수집한 다음 경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을 신청하고 나아가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서울 시청광장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추모대회를 취재 중이던 김용욱(43) 참세상 기자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얼굴에 직격으로 물대포를 맞았다. 김 기자는 당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복궁역으로 꺾어지는 모서리에서 취재 중이었다.

김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당시 집회가 거의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경찰버스에 줄을 묶어 당기는 집회 참가자들이 보여서 그 장면을 찍기 위해 근처로 갔다”며 “물대포가 상당히 가까이 있었고 집회 참가자들이 버스를 당기자 경찰은 바로 버스 위로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서 물대포를 발사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차로 집회 참가자들을 향했던 물대포는 이어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발사됐다. 김 기자는 “처음에는 카메라에 맞고 물대포가 움직이면서 눈을 직격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이때 김 기자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와 안경이 날아갔다. 김 기자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나서 피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를 취재중이던 김용욱 참세상 기자의 카메라가 물대포에 맞아 부서졌다. 사진=노동과 세계 변백선 기자 제공

▲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를 취재중이던 김용욱 참세상 기자의 카메라가 물대포에 맞아 부서졌다. 사진=노동과 세계 변백선 기자 제공

 

▲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가슴팍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다.해당 사진 속 인물은 김용욱 참세상 기자가 아닌 집회 참가자다. 사진=사진가 정운 제공

▲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가슴팍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다.해당 사진 속 인물은 김용욱 참세상 기자가 아닌 집회 참가자다. 사진=사진가 정운 제공

 

 

물대포를 맞은 직후 김 기자는 오른쪽 눈에 멍이 들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119를 부를까 생각도 했지만 “10분 정도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한 시민의 말에 계속 기다렸다. 김 기자는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여전히 뿌옇고 하얗게 보였다”라고 말했다. 눈의 통증 역시 심했다. 다음날 찾아간 병원에서는 “주먹에 맞은 것과 같다”며 증상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김 기자의 눈 상태는 다음날 오전이 되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출혈이 심하고 홍채 근육이 다 파열됐다고 진단했다. 홍채 근육은 동공의 크기를 조절해 어느 정도의 빛이 망막의 감각조직에 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이 근육들이 손상돼 동공의 크기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동공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카메라 역시 수리가 불가능 할 정도로 망가졌다. 수리를 하려고 가봤지만 카메라 바디는 280만원, 렌즈는 아예 견적이 안 나올 정도로 망가졌다는 답만 들었다. 렌즈는 100만원 대다. 이날 경찰의 물대포에 카메라와 캠코더가 망가진 취재진은 김 기자뿐만이 아니다. 김 기자는 “집회가 마무리 될 때는 작동되는 캠코더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에 경찰에 항의할 생각을 못해봤냐는 질문에 김 기자는 “경찰은 물대포를 쏜 직후에 곧장 버스를 당기던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하러 들어왔다.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와중에 카메라와 안경을 찾으려고 돌아다녔다”라고 말했다. 김 기자가 카메라와 안경을 찾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다음이었다.

김 기자는 일단 증거를 모은 다음 경찰의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을 신청할 생각이다. 그는 “경찰이 사람을 바로 향해 물대포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깨달아야 한다”며 “경찰은 자신들이 물대포를 쏜 게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보상을 안 해준다. 확실한 증거를 찾게 되면 보상을 신청하고 나아가 법적 대응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