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시행령, 수정된 것 없는 수정안”

“특조위 안 10개 중 7개 수용”…“하나하나 뜯어보면 논란여지 있어”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정부가 29일 오후 세월호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이하 특조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특조위나 유가족이 요구했던 큰 틀은 놔둔 채 몇개 단어만 바꾼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수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후 세월호 시행령과 관련해 특조위의 수정요구 10건 중 7건을 반영하고 3건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특조위 의견이 반영된 것은 △공무원 비율 축소 △해수부와 국민안전처 파견공무원 최소화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한 조사범위 등이다. 반면 조사1과장을 민간이 담당해야 한다는 등의 특조위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먼저 논란이 됐던 ‘기획조정실장’은 ‘행정지원실장’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해수부 공무원이 아닌 파견 공무원이 맡기로 했다. 하지만 진상규명·안전사회 건설대책·피해자점검 등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기능은 그대로여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이 직책은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가지는 탓에 정부가 특조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종운 특조위 대변인은 29일 미디어오늘에 “정말 특조위의 안을 받아들이는 거라면 파견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에 권한을 주는 방식이면 된다”며 “왜 행자부나 기재부 파견 공무원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날 오전에도 특조위는 지난 22일 해수부가 법제처에 심사 의뢰한 수정안에 대해 “해수부 수정안은 내용 변화 없이 문구만 일부 수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특위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민중의소리

▲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특위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민중의소리

 

 

민간인과 파견공무원 비율 역시 해수부는 특조위의 안을 받아들였다고 했지만 특조위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해수부 수정안에 따르면 민간인과 파견공무원 비율은 원안 43명 대 42명에서 49명 대 36명으로 변경됐다. 박 대변인은 49명에 조사를 하지 않는 상임위원과 비서, 운전사 등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그런 걸 고려한다면 민간 40명, 공무원 36명 정도”라고 말했다.
해수부와 국민안전처에서 파견하려던 공무원 수는 기존 9명, 8명에서 각각 4명씩으로 줄었다. 그동안 특조위와 유가족은 조사를 받아야 할 해경과 해수부 공무원들을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조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해왔다. 해수부는 이 밖에도 특조위 의견을 반영해 피해자 지원점검과 피해자 지원관련 실태조사를 포함했고 조사범위도 애초 ‘정부자료 분석·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 조사’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해수부의 시행령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특조위 요구는 3가지로 △민간인이 조사1과장을 맡게 해달라는 것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소위원장에게 각각의 국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주자는 것 △안전사회 과장의 업무 범위를 ‘세월호 참사’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사회 건설 전체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해수부는 해당 안을 30일 차관회의, 5월 4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특조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조위는 “해수부 수정안은 기존 특조위가 지적한 핵심적인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못함으로써 시행령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는 특조위와 유가족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며 시행령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지시한 대통령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조위는 “이제는 대통령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수정안은 일부는 단어만 바뀌었고 일부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가능하던 것을 아예 파견 공무원으로 못 박아 개악된 측면도 있는데 이를 특조위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기존 시행령보다 나아진 건 맞지만 하나하나 파고 들어가면 특조위 안을 온전히 받아들인 것이라 볼 수 없다. 이게 해수부의 한계”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지난 2월 17일 △특조위 독립성을 침해하는 기획조정실장에 대한 문제 △소위원장의 업무 지휘감독권 확보 △특별법에 부합하는 국별 업무범위 확정 △상임위원 5명과 별도로 직원 정원 120명 확보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 특조위는 이 같은 핵심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7일부터 시행령폐기와 대통령 결단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농성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