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세월호 집회 인권침해에 면죄부 줬다”

인권단체 “자격없는 인권위원들로 구성”… 국제사회서 3번이나 등급보류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인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세월호 추모행진과 관련해 접수된 7건의 진정에 대해 5건을 기각한 것을 두고 “인권은 나 몰라라, 권력눈치만 보며 세월 보내는 인권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들은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자격 인권위원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인권위는 인권위원 선출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3차례 연속으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는 19일 오전 중구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해 6월 열린 세월호 추모행진과 관련된 접수된 진정에 대해 5건은 기각되고 아직 2건은 결정조차 나지 않았다”며 “시민의 권리를 옹호할 국가인권기구인 인권위가 국가권력옹호기구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라며 인권위를 비판했다.

연석회의에 따르면 지난 해 6월 경찰은 세월호 추모행진 ‘가만히 있으라’ 여성 참가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몸을 더듬었으며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여성 참가자의 속옷과 다리가 훤히 보이는 등의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인권위 인권침해 진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심지어 인권위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위원회에 보내는 정보노트에서 세월호 관련 인권 침해 내용을 삭제하기까지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해 5월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세번째 침묵행진.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해 5월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세번째 침묵행진. 사진=이치열 기자

 

▲ 세월호참사유가족들과 국민대책회의가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서 경찰 차벽과 물대포, 최루액 등을 포함한 경찰 폭력과 탄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 소리.

▲ 세월호참사유가족들과 국민대책회의가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서 경찰 차벽과 물대포, 최루액 등을 포함한 경찰 폭력과 탄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 소리.

 

 

이들은 이어 “인권위가 세월호 인권침해에 대해 방조하는 사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공공연한 경찰 폭력을 자행했다”며 “올해 폭력적으로 연행된 유족만 해도 수십명이며 경찰은 백주대낮에 유가족들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서 경찰  차벽설치와 캡사이신 살포, 최루액 물대포 등은 ‘과잉진압’ 논란을 낳았고 유가족들은 최루액 물대포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출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인권위 구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항을 결정하는 인권위원들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위원장이 세월호 추모집회에 대한 경찰력 남용 관련 성명을 발표하려는 것조차 무자격 인권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보도가 이를 방증한다. 이들은 인권이 아니라 권력을 기준으로 인권현안을 다루고 있다”며 유영하, 최이우 인권위원의 이름을 거론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유영하 위원은 유엔에 전달할 국내 인권현안 정리 보고서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한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으며 앞서 감사 시절에는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아 논란이 됐다. 최이우 위원의 경우 개신교 목사로 공공연하게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칼럼 등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실제 인권위원 선출 과정의 이같은 잡음 때문에 국제사회는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을 세 번이나 보류했다. 국제 인권기구 연합단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인권위원과 직원의 임명절차가 불투명하고 시민사회 단체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권위의 등급을 보류했다. 인권위는 2004년 ICC가입 이후 A등급을 받았고 이후 2008년 심사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했으나 2014년부터는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있다.

연석회의는 “오는 7월말이면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임기도 끝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무자격 반인권 인물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할지 알 수 없다”며 “시민의 인권을 옹호할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권력옹호기구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인권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절차를 마련하는 일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인권위가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