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세월호 유가족들…대답 없는 대통령

유가족들 “대통령 못 만나면 여기서 죽는 게 낫다”…“KBS, 유가족 두 번 죽여”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9일 오전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들어갔지만 결국 박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 등이 유가족 대표들을 만나 “KBS 보도국장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사안이지만 청와대가 언론사에 사과나 인사조치를 명령할 수는 없다”며 “KBS 사장이 유가족 대표와 만날 의사가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임창건 KBS보도본부장 등 KBS 간부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논란이 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유가족들에게 붙잡히는 등 곤욕을 치렀다. 유가족들은 이날 밤 길환영 KBS 사장의 사과와 김 국장의 파면을 요구하며 KBS 본사를 항의방문 했지만 결국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렸다.

이에 분노한 유가족들은 9일 새벽 청와대로 향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유가족들의 뜻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의 저지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이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유가족 대표에 따르면 현재 유가족 대표단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면담하고 있으나 대통령과의 만남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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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동주민센터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과 KBS 사장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경찰이 버스를 동원한 차벽과 수많은 병력으로 유가족들을 둘러싸자 유가족들은 “우리는 시위하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병권 유가족 대표는 “우린 여기 시위하러 온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얼굴 보고 얘기 하러 온 것”이라며 “우린 여기서 죽든 살든 대통령을 못 보면 못 간다. 여기가 집이다. 여기가 우리가 누워야 할 곳이다. 솔직히 그냥 갈 바엔 그냥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월호 희생자를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한 KBS 보도국장에 대해서도 “보도국장이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으면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데도 우리가 사과 받으러 갔지만 담당자는 나오지도 않고 정말 답답하다”며 “살아있는 사람과 죽어있는 사람 모두 KBS 보도국에서 계속 죽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KBS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보도국장이 해임돼야 하며 KBS 간부들이 어제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우리를 우습게 봤는데, 그런 행위를 한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며 “국민 위에 KBS가 있고 국민은 없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다른 유가족도 “방송국 보도국장이라는 사람이 그 정도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그 방송사는 없어야 하며 수신료 거부 운동도 벌일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두고)교통사고를 운운하는 수준은 말장난에 불과하며 차라리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캠페인 벌이는 게 맞지 우리 아이들이 죽은 것과 비교한 것은 초등학생도 그렇게 얘기 안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단원고 희생 학생의 아버지도 “우리가 싸우러 온 것도 아니고 시위하러 온 것도 아닌데 마치 우리가 폭동꾼인 것처럼 보도국장 한 사람 때문에 경찰이 쫙 깔렸다”며 “이 정도 병력이 신속하게 구조를 했으면 우리 아이들이 다 살았을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