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책상에 앉아 재판 기록이나 보라고?”

160억원에서 89억으로 절반 삭감… “수중탐색 등 과학적 조사 불가능”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결국 당초 정부에 요구했던 금액보다 절반 가량 깎인 예산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간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특조위 예산을 두고 ‘세금도둑’ 펑펑쓴다‘는 식으로 비판해왔다. 특조위는 예산을 볼모로 특조위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면서도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 예산을 89억 1000만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5월 특조위가 정부에 요구했던 예산 159억 8000여만원에 비해 70억 7000여만원이 깎여 절반 가량이 준 규모다. 통과된 내용을 보면 인건비가 19억, 업무추진비 등 운영비 57억원, 청문회 등 진상조사에 쓰이는 사업비 13억원 등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김병기 기획재정부 세월호TF총괄팀장은 예산 삭감과 관련해 “예산을 요구한 시점과 예산을 확정한 시점이 달라 인건비 등이 줄었고 여비와 안건 검토비 등도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됐다”면서 “특조위가 연속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닌 만큼 체육대회 비용이나 동호회 지원비, 생일축하 비용 등을 모두 삭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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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지난 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특위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진상규명과 관련된 예산이 70%가까이 삭감된 부분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특조위는 참사실태조사와 연구 비용 부분에 대해 3억200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5200만원만 지급하기로 했다. 84% 가량이 삭감됐다. 진상규명 실지조사 부분 역시 특조위는 13억4000가량을 요구했으나 68%가량이 삭감된 4억3000만원만 지급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특조위가 하려던 진상규명과 관련된 활동 역시 축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 겸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시뮬레이션이나 수중탐색, 디지털 포렌식 등의 부분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며 “과학적인 조사는 하지 말고 검찰 자료, 재판기록 같은 거나 보라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운영비 중 여비 역시 당초 8억1000만원을 요구했으나 87%가 삭감돼 1억원만 지급받게 됐다. 이에 대해 특조위는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현장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애초 신청한 여비를 87%나 삭감한 것은 참사 현장에는 가지 말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정부자료나 검토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끌어 온 ‘세금도둑’ 논란이 결국 먹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조선일보는 지난 달 25일 사설에서 “한번 세금을 맘껏 써보자고 작심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월호에 들어간 비용이) 무려 5550억여원에 달한다. (중략)특조위까지 예산을 펑펑 써대면 좀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와 중앙일보 등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당시 이들이 지적했던 것은 특조위 사무실 임대로 20억원, 과도한 특조위 직원들 후생복지비 과다 등이었다. 하지만 특조위에 따르면 사무실 임대료의 경우 9억원은 보증금이며 특조위가 임대한 건물 역시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Kamco) 소유여서 결국 임대료는 국고로 들어가게 된다. 논란이 됐던 5만원 생일 케이크값 역시 기재부의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